탄소중립 기조에도 석유 수요가 견고한 이유

 

한국석유공사 권오복 스마트데이터센터장

‘ 말 ( 言 ) 이 사고 ( 思考 ) 를 결정한다 ’ 는 말이 있다. 이 시대 가장 흔한 말은 단연 코로나이고 그 다음 그룹에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는 현재를 이야기하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모두 미래를 말한다. 미래를 향한 말에는 희망과 바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정확한 현실을 잊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주장과 사실이 혼동되는 상황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모든 과업의 첫째는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미래를 향한 말들의 범람 속에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석유의 현재와 미래가 우리의 사고에서 밀려나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시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역사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장기 프로젝트이며, 문명의 전환이라고 할 정도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지금의 에너지 현실과 미래의 목표를 함께 생각하면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 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 년 세계 석유 소비량은 하루 1 억 배럴에 도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2022 년 혹은 2023 년에 코로나 19 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2019 년 소비량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란 말이 범람하는 상황에서도 석유 소비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며, 역사상 최고치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의 핵심은 태양광 ·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재생에너지의 증가가 석유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 것 같다. 그러나 지난 20 년간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지역은 유럽이다.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의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50% 에 육박하고 있다[ 표 1].

  유럽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00 년 65Twh 에서 2019 년 837Twh 로 약 12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석유 소비량은 단 8% 감소하는데 그쳤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2000 년 88Twh 에서 2019 년 577Twh 로 약 6 배로 증가했으나, 같은 시기 석유 소비량은 0.2% 감소했을 뿐이다. 중국은 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의 200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거의 없는 수준이었으나, 최근 10년간 연 30.5%씩 증가 하며 2019년에는 유럽 전체보다 많은 863Twh로 증가했다. 현재 중국의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9% 로 꽤 높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0 에서 29% 로 증가하는 그 시기에 석유 소비량도 무려 6 배나 증가했다.

< 표 1. 유럽 주요국의 발전원별 비중 (2020 년 )>

 위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재생에너지의 용도와 석유의 용도가 다름에 있다. 재생에너지는 주로 발전용 연료로 쓰이는 반면, 석유는 약 5% 정도만 발전용으로 쓰이고, 약 60%는 운송용 에너지로 사용된다. 태양광으로 전기로 만들 수 있지만 그것으로 비행기나 선박의 연료를 대체할 할 수는 없다.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합성수지나 합성섬유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당분간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석유의 수요를 잠식할 수 없다.

 위와 같은 과거 20여년의 사례 외에도, 탄소중립 기조 하에서 석유 수요 증가를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세계 인구의 증가다. 지난 20여 년간 석유 소비량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석유뿐만 아니라 경제 관련 예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인구 통계 변화는 정확한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할 정도로 인구를 강조했다. 특히 석유 수요는 식량을 제외한다면, 다른 어떤 상품 수요보다 인구와 상관관계가 높다. 

 UN의 ‘2019년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세계인구는 2019년 기준 약 77억명 이며, 2040년에 92억명에 이르고 2057년에 100억명을 돌파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이동량과 필요한 재화의 양도 증가한다 태그

#석유수요| #탄소중립| #세계인구전망| #I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