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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있는 선발투수
  • 작성일2023/07/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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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있는 선발투수

 

 

      김용현 교수           
(한국폴리텍대학 미래자동차과)

 

 

 출근길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본다.

 자동차 섹션 기사는 온통 전기자동차, 자율자동차다. 내연기관은 없다. 엔진 얘기는 트렌드에 뒤쳐진다. 클릭수가 안되니 언론사도 관심밖이다. 거기다 기후 변화 주범으로 찍혔으니 천덕꾸러기다. 우스운 건 그런 당신이 타고 있는 버스가 내연기관이다. 주말 가족들과 외출할 때 시동을 거는 차 90%가 내연기관이다. 당신이 입고 있는 옷, 먹는 음식, 업무용 PC, 자녀들 학용품의 모든 소재는 내연기관이 달린 자동차, 배로 운반한다.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은 유럽연합이 만든 유로 기준을 적용한다. 유로 뒤에 붙은 숫자가 높을수록 기준이 높다. 내연기관 기술은 유로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발전해 왔다. 특히 경유 자동차의 NOX를 줄이기 위한 장치가 발전해 왔는데 EGR, 요소수가 그러하다.

 

 작년 유럽 연합이 발표한 유로 7은 기존 NOX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게 핵심이다.(표 참조) 좋은 표현으로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자는 강력한 의지지만 이면을 보면 내연기관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기준이다.

 

 

 결국 유럽국가들은 속속들이 2035년 내연기관 판매 종식을 선포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전반은 기존 유로 기준도 제대로 적응 못한 분위기이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터진 요소수 사태만 봐도 그렇다. 유로 6의 SCR 기술은 반드시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동을 걸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중국이 석탄 공급 이유로 한국에 요소수 판매를 중단한 사태가 있었다. 이 때 화물차가 도로 위에 멈춘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그 결과 산업 전반의 물류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유로 7 기준 산술적으로 12년은 내연기관 생산이 가능하다. 자동차를 10년 탄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25년은 내연기관차가 도로에 다닌다. 그런데 최근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이 내연기관 종말을 언급하며 당장 전기차로 시장을 바꾸라고 외치고 있다. 각종 기사들은 여기에 동조해 매일 전기차에 대한 장점을 언급하며 내연기관의 폐해를 다룬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 해외에서는 내연기관 완전 퇴출을 어렵게 본다. 미국 조사 전문업체 보스턴컨설팅은 2035년 전기차와 수소차 비중이 45%이고 나머지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전망했다. 쉽게 말해 10년 후에도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절반이 넘는다는 말이다. 일본과 유럽 자동차 대표 브랜드는 내연기관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엔진 공장 4곳에 3억 8300만 달러를 투자한다. BMW도 내연기관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조화로운 자동차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내 역시 전기자동차로 산업전환이 어렵다. 자동차 부품업체 중 전기차 관련 부품을 일부라도 만드는 곳은 4% 미만이다. 또한 적은 충전소, 보조금 없이는 구매하기 어려운 높은 차량 가격은 소비자 선택에서 외면받는다. 더불어 전기차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적어 대기업은 선뜻 나서기 어렵다. 여기에 산업전환 시 일감이 3분의 1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자동차 대기업이 전기자동차 전용 생산라인을 설치하려다 실패했다. 노동조합이 반대해서다. ‘맨 아워’(한 사람이 1시간 동안 작업하는 분량)에 대한 협상이 문제였다. 결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아직 친환경차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유로 7 도입은 산업 전반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로 기준을 조금씩 늦게 도입해 왔다. 강화되는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물론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장점이지만 이는 기술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덫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유로 7의 조기 도입보다는 관련 산업의 성장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기차 만능론자들은 다음 물음에 답해야 한다. 재정지출 부담이 높은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언제까지 퍼줄 수 있는가. 충전소는 주유소만큼 확장될 수 있는가. 가격이 치솟는 배터리 소재 리튬은 확보가 가능한가. 제조사는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는가. 현재 물류 에너지를 전동화하는 경우 치솟는 유통비용의 대안은 무엇인가. 질문에 답을 확실히 할 수 없다면 전기차 만능론으로 자동차산업 전반을 흔들면 안 된다.

 

 급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시장이 교란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내려앉는다. 기존 에너지 시장이 무너질 경우 감당할 고통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사태가 답을 준다.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에너지 제제로 독일은 석탄발전소를 다시 가동했고 스웨덴은 전기자동차 이용 시간을 줄였다. 그 외 유럽국가는 에너지 대란을 앓았다.

 

 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전술한 바와 같이 삶 속 대부분이 내연기관이지만 세상은 퇴출을 명령하고 있다. 후손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변화의 명분은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준비되지 못한 에너지 전환으로 현실의 희생이 너무 크다. 현재의 삶이 파괴된다면 더 나은 미래도 없다. 결국 대안은 균형과 속도다. 25년간 다양한 차종이 시장에 혼재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절한 속도로 산업 전환을 해야 한다. 전기차 이익집단의 밥그릇 싸움이 국가 정책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 그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연기관이 사라지기 전까지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지난 오랜 시간 산업현장과 가정을 움직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야구로 따지면 선발투수다. 비용도 저렴하고 편리했지만 지금은 손가락질받고 있고 관중들 반응도 나쁘다. 하지만 잘 던져왔고 잘 던지고 있다. 조금 더 힘내주길 바란다. 구원투수가 준비될 때까지.

 

태그

전기차|내연기관차|유로7|질소산화물|내연기관퇴출|산업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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