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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e-Fuel 정책 및 국내 시사점
  • 작성일2023/07/21 09:29
  • 조회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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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e-Fuel 정책 및 국내 시사점

 

 

문석수 교수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일본의 그린성장 전략

 일본은 2020년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위한 ‘그린성장 전략(Green Growth Strategy)’을 그 이듬해인 2021년 6월에 발표하였다. 그린성장전략은 전력과 비전력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전력분야에서는 탈탄소 전원구축을 위한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수소/암모니아 등의 신에너지, 추가로 탄소포집 기술의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산업, 수송, 민생 등의 비전력분야에서는, 탈탄소 전원을 이용한 전기화(electrification)와 수소, e-Fuel(electro-fuel), 바이오매스 등의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핵심 전략으로 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14대 핵심연구분야, 연구기금조성, 세제혜택, 금융, 규제강화/완화 및 표준화, 국제연계방안 구축 등의 분야횡단적 정책도구들을 제시하였다. 또한 향후 10년간 2조엔의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투입하여 신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수소, 암모니아, e-Fuel, 바이오매스)의 생산, 도입, 활용기술에 관한 폭넓은 연구개발에 착수하였다. 

 

 

■ e-Fuel, 탄소중립 달성의 주요 수단

 인공석유로도 불리는 e-Fuel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생산된 그린수소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합성시켜 제조하는 탄소중립 연료로서, 다양한 화학경로를 통해 기존 천연가스(메탄), 메탄올, 가솔린, 디젤, 항공유 등과 동일 또는 유사한 특성의 연료제조가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그린수소 생산 및 탄소포집의 고비용으로 인해, 기존 연료 대비 3배~7배의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공급량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에 일본은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통해 2028년까지 300 BPD의 e-Fuel 생산기술 확립, 2040년 상용화, 2050년 가솔린 이하의 가격 실현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e-가솔린, e-디젤 등 액체상 e-Fuel 대상). 한편, 기체상 e-Fuel인 e-메탄에 있어서는 2050년까지 2,500만톤을 공급하고 LNG 동등가격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비전력 분야의 탄소중립 전략에 있어 e-Fuel의 중요성은 크며 그 활용범위도 넓다. 우선, 전기화가 어려운 대형 수송시스템(항공기 및 선박)의 탄소중립에 있어 e-Fuel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항공기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바이오매스 유래의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이 추진될 것이나, e-Fuel의 상용화가 예상되는 2035년 경부터는 e-Fuel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선박에 있어서는 2030년경부터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을 본격 도입할 예정이며, LNG연료선에 사용되는 연료를 e-메탄으로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 산업 및 민생분야에 있어서도 e-메탄이 폭넓게 활용될 예정이다. 2050년까지 기존 도시가스 배관망의 90%에 e-메탄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인프라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산업용/가정용 연소기기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책으로서, 수소를 직접 활용하는 수단과 병행하여 추진되고 있다. 

 

 

■ 전기차와 e-Fuel 내연기관차가 공생하는 미래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는, 2040년까지 승용차 및 상용차 신차판매량의 100%를 전기차 및 e-Fuel 기반 하이브리드차(내연기관+모터)로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급진적이지는 않으나, 전기차 보급을 위한 축전지 기술개발, 충전인프라 구축, 세제혜택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토요타 등의 자동차 업계 역시 배터리 전기차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당장의 Euro7 규제 및 미국의 강력한 CO2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그리고 e-Fuel 상용화 전까지의 CO2 저감수단으로서 전기차 기술개발 및 보급이 필요함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와 e-Fuel 기반 하이브리드차가 공생하는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밀도, 내구성, 배터리가격의 한계성 및 자원안보에 기인한 전기차 단일경로의 불확실성에 더불어, e-Fuel 내연기관이 가진 우수한 well-to-wheel CO2 저감성능, 공급인프라, 경제성, 시장수요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의 자동차 9사가 공동으로 설립한 자동차용내연기관기술연구조합(AICE)의 최근 분석결과를 보면, 전기차와 e-Fuel 내연기관의 복합 시나리오가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효과적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e-Fuel 생산기술에 더불어 e-Fuel 내연기관의 기술고도화 연구 역시 지원하고 있다. 

 

 

■ e-Fuel 도입을 위한 범국가적 행보

 일본은 e-Fuel 도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2022년 5월 정부(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연구기관(NEDO,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 공급기관(석유연맹, 전국석유상업조합연합회), 수요기관(일본자동차공업회, 정기항공협회, 일본내항해운조합총연합회, 일본선주협회 등)으로 구성된 e-Fuel 민관협의회를 발족시켰다. 1년 남짓의 활동을 통해, e-Fuel 로드맵을 재정립하고 그린성장전략에서 제시한 e-Fuel 상용화 시점을 2030년대 초반으로 앞당겼다. e-Fuel의 국내생산을 위해 지역별 시설투자 및 기술실증 방안을 검토하였으며, e-Fuel 생산의 첨단기술 확보 및 초기수요 감당을 위해 칠레, 노르웨이, 독일, 스페인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e-Fuel 프로젝트들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e-Fuel의 이용 및 활용추진을 위해 e-Fuel 유통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e-Fuel 내연기관의 실증실험을 수행하였다. 또한, e-Fuel의 환경가치(CO2 저감효과) 평가, 국제적 실증, 국제적 인지도 향상을 위해 미국 및 독일과의 국제연계 및 정책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 국내 시사점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일본은 e-Fuel에 진심이며, 정책 및 기술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정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수송분야 e-Fuel 연구회를 가동시켰으며, 최근 정유 및 자동차 업계에서 기술개발 계획을 제시하는 등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 각론 및 구체성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21년 11월 정부에서 제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계획’에 있어, 청정수소 생산, 인프라구축, 활용기술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되고 있으나 e-Fuel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2022년에 발표된 새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비전과 추진전략’ 및 ‘수소경제정책’에 있어서도 e-Fuel 관련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여러 논의 및 검토가 이루어지고는 있는 듯 하나, 구체적인 정책 및 로드맵의 가시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물론 국가마다 탄소중립의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산업 및 경제구조, 자원상황이 유사한 일본이 e-Fuel에 주목하는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쉽게 변화하기 힘든 사회구조와 인프라 관성, 자원안보 문제, 기술적 실현가능성, 산업 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e-Fuel이 보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수단이 될 수 있다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EU가 2035년 이후 e-Fuel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허용하고, 주요 선진국들이 e-Fuel 생산 및 이용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현상황을 볼 때, e-Fuel은 머지않아 수송 및 산업 전분야에 걸친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에 지금 편승하지 않으면, 향후에는 뒤따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e-Fuel 생산, 도입, 활용방안의 수립,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 로드맵 및 비지니스 모델의 구축, 기술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연계 강화 등, e-Fuel 관련 정책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태그

이퓨얼|일본수소|e-fuel|SAF|바이오매스|전기화|그린이노베이션|자동차용내연기관기술연구조합|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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