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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과세의 문제와 개선방향
  • 작성일2023/12/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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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과세의 문제와 개선방향

 

 

김우철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흔히 유류세로 통칭되는 세금은 휘발유·등유·경유·중유 또는 이와 유사한 대체유류 등의 구입 또는 수입에 대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의미한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은 이러한 석유류 제품이 최종 소비용으로 구입한 것인지 또는 생산 공정 투입용으로 구매한 것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개별소비세를 단순 과세한다. 정제공정 원료용으로 석유중간제품을 수입·구매하는 것은 산업용 목적으로 유류 제품을 사용하는 것임에도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것은 사실 과세 취지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조치다.

 

 

대표적인 석유류 상품인 원유는 소비제품이 아닌 생산원료로 쓰인다고 보아 처음부터 개별소비세 미부과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대신 원유 정제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석유류 제품인 휘발유·등유·경유·중유는 수송이나 난방 또는 발전용 연료로 직접 이용되는 특성으로 인해 유류세 과세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제 유류의 경우에도 유종별로 제품의 용도가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휘발유와 경유는 잘 알다시피 주로 수송용 연료로 주로 쓰인다. 반면, 벙커C유로도 불리는 중유는 발열량이 높아 선박이나 발전용 연료로 많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재가공하여 나프타, 윤활유, 아스팔트 등의 제조용 원료로도 자주 쓰인다. 연료와 생산원료로 모두 쓰이는 중유의 이중적 특성은 중유에 대해서는 다른 정제 유류와 구분된 차별화된 개별소비세 과세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실제 우리나라 세법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다른 유종과 일부 차별화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별소비세법 18조에서는 생산 공정의 제조용 원료로 이용되는 석유류 제품을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 제외해주는 조건부면세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조건부면세의 적용 대상은 의료용·의약품제조용·비료제조용·농약제조용 또는 석유화학공업용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류로 제한되고 있다. 특이하게도, 현행 세법에서 석유제품 생산 공정용 원료가 조건부 면세 적용 대상에서 배제됨으로써, 석유류 제품은 정제공정 투입용 원료로 이용되더라도 개별소비세가 그대로 부과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제공정 원료용 중유가 조건부 면세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뚜렷한 이유 없이 제조 원료용 중유에 개별소비세 과세를 강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류세 조건부 면세를 정유산업과 자매격인 석유화학산업이 공업 원료로 이용하는 석유류에만 제한하고 있는 것도 편파적인 조치로 산업 간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개별소비세 이중과세 방지나 수출품 면세 조항에 의해 과세 물품이나 수출 제품의 제조 원료로 이용되는 중유에 세금환급이 주어지기에, 정유산업에도 유사한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는 주장이 있으나, 감면이 적용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게 분포하여 문제는 여전하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제20조제2항제2호)은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같은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제품(연산품)의 원재료로 사용한 과세 물품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를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유와 중유를 투입하여 정제공정을 거치면,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나프타, 아스팔트, 항공유 등 석유제품이 생산된다. 연산품 환급 규정에 따라, 생산된 연산품 중 개별소비세가 과세되는 LPG⋅휘발유⋅등유⋅경유 등에 대해서는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 중유에 과세된 개별소비세 환급이 이루어져, 문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환급은 기본적으로 이중과세 방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해당 연산품이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인 경우에 한해 환급이 허용될 뿐이다. 정제공정으로부터 생산되는 연산품 중에는 비과세물품도 존재하는데, 현행 세법 상 비과세물품 제조에 소요된 물량은 환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개별소비세가 과세되지 않는 연산품 제조를 위해 이용된 중유는 생산 공정의 원료로 이용된 것임에도 개별소비세가 그대로 과세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 중 비과세제품인 나프타(18.3%)와 항공유(9.6%) 등의 생산 수율이 약 38.5%(`22년 기준)로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커진다. 항공유는 대부분 수출용이기에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기납부한 개별소비세의 환급이 가능하다. 내수 비중이 90%인 나프타는 환급이 불가능해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대부분(74%)이 국내 판매중인 나프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이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여 원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음은 물론이다. 수출용 제품의 경우 환급이 일부 가능하나, 정유공정 특성상 다양한 종류의 액체 및 기체류의 원재료가 함께 혼합되어 투입되기 때문에 환급 물량 산정이 매우 복잡하고, 결국 미환급된 세금은 석유제품 원가에 부담으로 남아 수출 경쟁력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해외 정유산업의 주요 경쟁국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중유에 대해 내국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으며, 정제공정 원료용 중유는 원유와 같이 무관세가 적용되어, 국내 정유사보다 원가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국조세정책학회 연구(2020)에 따르면, OECD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66개국 중 27개국이 중유에 과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원료용 중유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뿐이다. 중국은 석유정제공정 원료용으로 사용되는 중유에 대해서는 소비세를 면제하고 있어, 실제로는 우리나라만 원료용 중유에 과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료용 중유에 대한 우리나라만의 추가적인 세금 부과는 중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원가상승 부담으로 전이돼, 우리나라 정유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국에 비해 그만큼 불리한 입장에 서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와 그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 전략 차원에서, 최근 정제공정 원료용 중유의 투입을 통한 석유제품 생산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 정유사나 원유 도입비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동 정유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설투자 뿐 아니라 공정운영 최적화나 에너지효율 개선 등의 노력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2013년부터 정제마진 악화 시 가동률을 낮추기보다는 원유에 비해 저렴한 중유를 정제공정 원료로 수입하여 석유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제공정 원료용 중유 투입 확대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국면이나 러·우 전쟁과 같은 에너지 공급망 위기 시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정부는 중유를 정유공정 원료로 투입하는 것은 시장상황에 따라 정유사가 유동적으로 선택 가능한 경영적 사항이라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으나, 고유가 시기 원유보다 가격이 낮은 중유를 원료로 투입하는 것은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이 아닌 정유사의 가격 경쟁력 강화 및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인도, 중동 등 역내 경쟁국이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로 가격이 낮아진 러시아 원유를 도입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국내 정유사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값싼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유보다 값싼 원료용 중유의 활용이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해야 한다.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과세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정부는 개별소비세는 물품세로서 과세 물품에 해당하면 원칙적으로 생산원료로 사용되더라도 과세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예외적으로 지원 필요성, 가격안정 필요성 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면세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은 석유제품 개별소비세 부과의 정책적 목적인 교정과세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임의적 판단에 불과하다. 석유제품이 일반 재화와 달리 부가가치세에 더해 개별소비세가 과세되는 것은 수송용이나 난방용으로 이용되는 휘발유, 경유, 중유 등이 배출하는 탄소화합물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합리적인 정책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유류 개별소비세 운영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기본원칙이 있다. 오염물질 배출이 수반되는 유류제품 사용 단계에서 과세가 이루어져야, 교정과세로서 순기능이 발휘된다는 점이다. 유류제품의 연소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기에, 석유제품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최종 소비행위에 대해 유류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유 정제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별달리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은 원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의 근거를 제공한다. 연료와 원료로 모두 가능한 중유는 직접 연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에 한해 개별소비세가 과세되는 것이 기본이다. 중유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CO2)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발생하여 환경상의 문제를 초래하지만, 원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중유가 연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문제가 없다. 따라서 개별소비세법에 규정된 석유류 과세 물품은 생산원료로 사용되더라도 원칙적으로 과세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법 형식에 치우친 단순화된 의견으로 유류세 과세의 원칙과 취지, 목적을 잘못 이해한 부적절한 견해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살펴보았듯이,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는 교정과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고,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제도이며, 경영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에 장애를 줌과 동시에, 원유와 석유화학산업 원료용 석유류에 대한 면세와 비교해 역차별적인 조치에 해당하기에, 정유업계 국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단기적으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일몰된 석유제품 생산공정 원료용 석유류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 조항(조세특례제한법 111조의6)을 재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과세합리화와 국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개별소비세법(제18조) 개정을 통해 정제공정 원료로 사용되는 석유제품도 조건부면세가 가능하도록 면세 적용대상을 확대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건부 면세 확대는 정제 마진이 악화되는 시기에도 원료용 중유 투입을 통해 정제시설을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는 물론 석유제품 생산원가 절감과 국제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태그

원료용중유|개별소비세법|제조용원료|수출경쟁력|석유중간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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