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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변동과 정제마진의 관계 이해
  • 작성일2024/02/02 15:32
  • 조회 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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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변동과 정제마진의 관계 이해

 

 

석병훈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약 3주의 시차를 두고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이 상승한다. 그러므로 많은 소비자들은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국내 정유회사들의 이윤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유회사들은 원유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 정유공장에서 정제 처리하여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제품을 생산한다. 따라서, 국내 정유회사들의 이윤을 결정하는 지표는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정제시설 운영비용, 운반비용 등 생산비용을 차감한 정제마진이다.

 

 

<그림1>은 2017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의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원유의 가격지표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과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아시아 석유 제품 도매시장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의 추이를 보여준다. <그림1>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과 정제마진이 항상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43달러에서 55달러로 상승했지만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이 항상 정제마진 상승과 정유회사의 이윤 증가를 의미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유가는 수요와 공급측 요인에 의해 변동하지만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의 가격과 생산비용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최근 선행연구는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산업 수요 충격, 예비적 수요 충격, 원유 공급 충격을 지목하고 있다. 산업 수요 충격은 세계 경기 변동으로 인한 산업 생산 목적 원유 수요 변화를 나타낸다. 예비적 수요 충격은 원유 저장기술 발달과 선물시장 출현으로 발생했는데, 미래 원유의 수요·공급 상황에 대한 기대 변화를 바탕으로 한 원유 수요 변동이다. 마지막으로 원유 공급 충격은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원유 공급량의 변화를 나타낸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코로나19 발생 직전까지는 예비적 수요 충격이 국제유가 상승을 유발한 주요인으로 식별되었다. 반면에 코로나19 발생부터 회복기인 2019년 4분기부터 2021년 2분기까지는 예비적 수요 충격뿐만 아니라 산업 수요 충격이 국제유가 변동을 유발한 주요인이었다.  

 

 

반면에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의 가격과 국제유가 등 생산비용에 의해 변화한다. 생산비용 변화 없이 석유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 석유 제품의 가격이 상승해 정제마진이 증가한다. 하지만 석유 제품의 수요 변화 없이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생산비용 증가가 있는 경우 정제마진은 감소한다. 그러므로 만약 세계 경기 호황으로 산업 수요 증가 충격이 오면 국제유가도 상승하고 석유 제품 수요 역시 증가해 석유 제품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정제마진도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미래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되어 예비적 수요가 증가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석유 제품 수요는 큰 변화가 없어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생산비용 증가로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 산유국들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으로 인한 공급 감소 충격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석유 제품 수요는 큰 변화가 없어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산업 수요 충격이 국제유가 변동의 주원인일 경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림2>는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정제마진과 국제유가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림2>의 직선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추세선인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양(+)의 관계가 더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제유가 변동에서 산업 수요 충격의 비중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인한 산업 생산 증가가 원유와 석유 제품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국제유가와 석유 제품 가격을 모두 상승시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간 양(+)의 관계가 강해진 원인일 수 있다.  

 

 

 

 

 

 

국제 유가를 결정하는 수요측 요인들인 산업 수요 충격과 예비적 수요 충격 중에서 예비적 수요 충격의 중요도를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미국 달러화의 세계 6개 주요 통화 대비 가치를 평균적으로 나타내는 달러 지수와 두바이유 가격의 관계를 분석했다. 원유는 미국 달러화로 결제해야 하는데 예비적 동기로 미래 국제유가 상승을 예상해 원유를 비축하려고 구매한다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낮을 때 원유를 구매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원유에 대한 예비적 수요는 미국 달러화가 약세일 때, 즉, 미국 달러 지수가 낮을 때 증가한다. 미국 달러 지수가 낮을 때 원유에 대한 예비적 수요가 증가하므로 국제유가는 높아진다. 그러므로 예비적 수요 충격이 국제유가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 미국 달러 지수와 국제유가는 음(-)의 관계를 보인다.

 

<그림3>은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미국 달러 지수와 국제유가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림3>의 직선은 미국 달러 지수와 국제유가의 추세선이다. <그림3>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 달러 지수와 국제유가는 이전과 반대로 양(+)의 관계를 보인다. 그러므로 예비적 수요 충격의 비중이 이전보다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국제유가는 산업 생산을 위한 수요, 미래 국제유가 상승 전망으로 인한 예비적 수요, 원유 공급량 변화 등 수요와 공급 요인들에 의해 변화한다. 하지만 정유회사들의 이윤에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의 가격과 생산비용의 차이로 결정되는데 석유 제품의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상승하면 커지고,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등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감소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양(+)의 관계가 강해진 것은 산업 수요 충격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또한, 같은 기간에 미국 달러 지수와 국제유가 간의 음(-)의 관계가 사라진 것은 예비적 수요 충격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주는 비중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산업 수요 충격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이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인지 여부는 앞으로 축적되는 자료들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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