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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의 변동과 주유소 판매가격 변화의 이해
  • 작성일2024/07/03 10:07
  • 조회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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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의 변동과 주유소 판매가격 변화의 이해

 

 

   김태환 연구위원/실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들어가며]

“박사님, 유가는 떨어졌는데 주유소 기름 값은 왜 안 떨어져요?” 필자가 받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우리 경제는 유가에 민감하다. 유가상승은 제조업, 운송업, 농업 등 대다수 산업에 비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평균 가구는 모두 1대 이상의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간단하지만 꽤 중요한 이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 변동의 이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커지면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커지면 가격은 하락한다(vice versa). 글로벌 경기, OPEC+ 감산, 러-우 전쟁, 미국 대선, 금리, 환율 등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아무리 많이 열거해 보아도, 이들은 결국 재화의 (기대)수요 혹은 (기대)공급을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가격을 이해하려면 수급의 이해가 먼저 필요한 이유다.

 

 

전 세계 산유국을 사우디, 러시아와 같은 OPEC+ 회원국과 미국, 노르웨이와 같은 비OPEC+ 국가로 구분할 수 있다. OPEC+는 7백만b/d 규모의 추가생산여력이 있지만, 생산목표치를 고정하고 이를 시장과 소통하고 있다. 비OPEC+ 생산량은 미국을 제외하면 단기에 매우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원유공급의 핵심은 미국과 OPEC+다. 수요는 글로벌 경기가 좌지우지한다. 즉, 경제활동은 석유제품의 소비를 수반한다. 그러나 석유소비 역시 단기 비탄력적이라는 측면에서, 수요의 핵심은 석유소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인도와 같은 개도국과 석유소비량이 절대적으로 큰 미국과 중국의 경제활동이다.

 

 

한편, 원유는 금융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상품이기도 하다. 비록 원유 실물이 직접 오가지는 않지만, 선물과 현물가격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밀고 당기기를 한다. 또한 원유가격은 미국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주요국의 금리 정책과 달러화 가치에 의해 높낮이가 달라진다는 특성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정유사 국내 공급가격의 이해]

석유제품은 기업 간 동질적이고 국내 주유소시장은 경쟁적이므로, 주유소 판매가격은 주어진 수요 하에서 주유소가 얼마에 기름을 사 왔는지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한계비용). 따라서 주유소 판매가격 이해에 앞서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에 관한 일반적인 사안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기본적으로 정유사 국내 공급가격은 국제제품가격(수출가격)을 추종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수출가격 상승은 수출물량 증가(국내물량 감소)로 이어져 국내 공급가 인상 요인이 된다. 둘째, 정유사 국내 공급가는 정제마진 크기에 의해서 달라질 수 있다(국제제품가-원유가). 정유사의 실효적 이익은 유가의 단순 높낮이가 아니라 정제마진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정제마진이 상당히 좋아질 때, 역설적으로 국내 공급물량에 대한 가격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누군가는 덜 남기고 판매). 셋째, 휘발유와 경유는 원유를 정제하여 나오는 연산품(joint products)이여서 이들의 최적가격은 다른 제품의 가격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림1].

 

 

[그림1] 원유 정제 공정에서 나오는 석유제품

출처 : 대한석유협회

 

 

 

넷째, 정유사에서 출하된 내수공급가는 우리 눈에 잘 보이는 원유(원재료)가격뿐 아니라, 시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원유도입운임과 원달러 환율에 따라서도 그 높낮이가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여기에는 원유관세, 석유수입부과금, 교통에너지환경세(개별소비세), 품질검사수수료, 부가가치세 등 다수의 (준)조세 및 부과금이 붙어있고, 원유관세를 제외하고서는 이들은 종량세(specific duty; 상품 단위당 세금)이다. 통상 주유소 판매가에서 정유사 세전공급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 수준이므로, 가령 국제 유가가 10% 떨어질 때 정유사 공급가도 10% 떨어진다면, 최종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율은 필연적으로 그보다 더 적게 된다[e.g., 주유소 판매가 인하율 = 유가 10%↓ x 0.5(주유소 가격 중 세금비중)]. 따라서 국제 유가가 내릴 때, 소비자 가격의 반영비율은 유의해서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정유사 국내 공급가격은 원유도입 및 정제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어 통상적으로 오늘의 유가는 1주일 후의 정유사 공급가격에 반영된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의 이해]

자 이제 주유소를 살펴볼 시점이다. 주유소 판매가격은 앞서 설명했듯이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얼마에 구입했는지에 더해 인건비 등 각종 비용적 요소, 그리고 주유소 위치, 브랜드, 주변 경쟁자, 영업전략 등 다양한 수요적 특성에 의해 달라진다. 또한 정유사 국내 공급가와 국제 유가 사이에 시차가 존재했던 것처럼, 정유사 공급가격이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되는 데에도 약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통상적으로 주유소가 1주일 내외의 재고를 탱크에 저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주유소가 오늘 리터당 1500원씩 2000만 원어치 사온 기름을 다음날 국제 유가가 내렸다고 이를 즉각 반영해 팔면 장부상 손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 국내 주유소가격이 유가에 따라 매일 바뀌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 및 시사점]

본고의 최초 질문으로 돌아가 정리해 보면, 먼저 국제 유가의 하락이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로 즉각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각 유통단계별 가격결정에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다만, 이 둘의 높낮이 비교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유통단계별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너무 많고, 그들은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국제 유가의 등락과 주유소(정유사) 가격의 등락을 단기간 단순 평균하여 비교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다.

 

 

고유가 시기 마다 국내 주유소(정유사)에 대한 일각에서의 비난과 질타는 반복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내린 만큼 주유소(정유사)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불법적으로 행사해 우리 경제의 사회적 후생 손실을 초래했다면, 이는 당연히 경쟁당국에 의해 규제되어야 할 뿐 아니라 법률에 의해서도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시장에 구조와 수급에 의해 결정된 가격을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 없이 비난만 한다면 이러한 소모적 정쟁은 사회적 비용만을 초래할 뿐이다. 이번 필자의 소고를 통해 국내 석유제품의 단기 비대칭적 움직임에 노여워하는 분들의 오해가 조금이라도 풀리길 바라고, 소모적 정쟁에서 벗어나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은 석유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진단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필요하다.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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