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정보자료실

전문가칼럼

대왕고래의 꿈과 현실
  • 작성일2024/07/24 09:34
  • 조회 535
ICON

대왕고래의 꿈과 현실

 

 

 

 

        정용헌 박사         
(전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지난 달 정부는 우리나라 동해 앞바다에서 석유와 천연가스의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층을 발견했다는 발표를 하였다. 필자는 이 뉴스를 들으며 우리의 경제가 다시 한 번 대왕고래의 등을 타고 저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동의 불모지에서 세계 1위의 부국으로 살고 있는 카타르는 오직 천연가스 수출을 통해 국가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같이 제조업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먹고 사는 나라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가발도 만들고 철강도 만들고 자동차와 선박도 만들고 반도체도 만드는 그야말로 자원이 거의 전무한 나라에서 수출 산업을 일으키는 고된 세월을 지내왔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가혹하다고 할 수도 있는 무한 경쟁이라는 기회가 있을 뿐이었다. 자원을 가진 나라와 없는 나라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국제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고 스트레스 적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 무리일까?

 

 

보도에 따르면 가장 유망한 대왕고래가 위치한 지역은 포항 앞바다 지근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석유 및 석유화학산업의 중심부인 울산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러한 위치에서 석유나 천연가스가 대량으로 나온다면 인생역전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뒤바꿀 “국생역전”의 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래 이러한 기회가 온 것은 처음이 아닐까? 국가발전의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은 어떻게 이 기회를 살릴까 고민하기 보다는 정치적 관점에서 쟁점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대왕고래의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국가에너지전략 차원에서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1960년대 우리 경제개발의 초기에 우리는 세계은행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강 산업을 일으켜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석유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석유정제 및 화학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였다. 국내외적으로 수없이 많은 “안된다”는 이론에 강한 전문가들이 있었음에도 강력한 리더쉽과 정부의 추진력으로 이 모든 산업의 육성에 성공하였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확률적으로나 경제적 편익측면에서 그야말로 이전의 산업화 시절 노력에 비하면 힘 안들이고 국가 경제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1901년 미국 텍사스는 그야 말로 불모의 땅이었다. 있는 것 이라고는 황량하고 척박한 황무지와 모래바람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스핀들탑(Spindletop) 유전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텍사스 주는 일약 황무지에서 가파른 경제 성장과 활동의 중심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르웨이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2024년 약 9만 5천불로 예상하고 있다. 1969년 노르웨이의 북해에서 발견된 에코피스크(Ekofisk) 유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탐사로 포티스(Forties)와 같은 유전의 추가로 발견하여 스웨덴, 덴마크와 독일 등을 크게 앞지르는 유럽의 부국이 된 것이다. 지금도 북해 유전의 탐사와 발견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에너지 다소비 중화학 공업 중심이며 석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비중도 매우 높다. 이러한 산업구조와 전무한 에너지 자원 때문에 우리는 1970년대 이후 다가온 고유가 시련을 속수무책으로 겪었다. 따라서 석유를 자급할 수 있다면, 아니 일부라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경제는 숨통이 트일 것이다

 

 

물론 지금은 자원개발의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의 예상 경제적 이익과 희망을 생각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어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 전문가가 평가한 근원암-이동-저류암-덮개암의 석유시스템(Petroleum System)이 존재할 확률이 20%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다른 석유개발 성공적인 프로젝트 보다 결코 낮지 않은 수치이다. 또한 동해바다를 에워싼 지형학적 유사성을 보더라도 부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왕고래 광구의 위치가 한국과 일본이 에워싸고 있는 내해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울산 앞바다의 돌고래 가스전과 일본의 서부지역에 위치한 여러 군소 유전과 가스전에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유전과 가스전이 우리의 동해 쪽에 위치해 있다.

 

 

 

 

여러 측면에서 노르웨이의 북해유전 개발과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유사점이 적지 않다. 노르웨이와 영국의 북해 자원개발 프로젝트의 시발점은 북해에서 아주 가까운 네덜란드의 그로닌겐(Groningen)에서의 가스전 발견이었다. 또한 북해 지역이 북부 유럽과 영국 및 노르웨이를 포함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에코피스크유전의 개발을 촉발한 것도 이 지역의 지형학적 유사성이었다.

 

 

그러나 자원개발의 꿈이 아무리 원대하고 기대 수익이 크더라도 전세계의 자원개발의 역사를 보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개의 시추 공을 통해 유전이나 가스전을 발견하겠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1859년 커널 드레이크가 미국 펜실바니아 타이터스빌(Pennsylvania Titusville)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적 유전을 발견할 때도 투자자들의 예산을 다 소진한 후 아주 힘들게 확보한 추가 투자로, 그야말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추한 곳에서 석유가 나왔다. 1960년대 말 노르웨이 북해 유전은 38번째 시추 공에서 발견하였고, 가이아나의 스타브록(Guyana의 Starbroek)유전도 40여개 공의 시추 후에 발견된 것이다. 물론 첫 시추 공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탐사 및 시추는 쉬운 과정이 아니다 과학적 기술적 전문성과 오랜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며 운도 따라야 한다.

 

 

자원개발 경험이 일천한 경우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업 자체의 존립이 어려운 경우가 자주 있었다. 자원개발 사업은 근본적으로 제조업과는 다르다. 상당한 기간과 사업 추진에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이다. 일본의 2005년 석유공단(Japan National Oil Corporation, JNOC)의 해체 과정이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은 두차례의 석유위기 이후 1980년대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가 1990년대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의 하락을 경험하게 되었다. 국내 여론의 악화와 정치적인 압력을 견디지 못한 일본 정부는 전체 사업을 재편하고 정부는 한 발 빼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였다. 당시 일본 정부가 소유한 많은 해외 자산을 국내 및 해외 기업에 매각하였다. 만약 이러한 사업 해체와 매각이 5년만 늦춰졌더라도 여러 사업들이 상당한 경제적 편익을 가져왔을 것이다. 정치적인 이해의 개입이 국가경제에 피해를 준 것이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이러한 프로젝트의 특성을 이해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노르웨이, 영국, 멕시코의 성공적 대형유전개발 프로젝트과정에서도 경제성, 환경문제, 국내자원보호 문제의 제기 등 수많은 반대와 비판이 있었다.

 

 

자원개발은 국가차원의 비전에 기초한 긴 호흡과 더불어 정교한 기획과 철저한 비용관리도 중요하다. 일본 석유공단의 경우, 일본 정부의 야심 찬 에너지자급율(일산 150만 배럴 목표)에 몰입되어 참여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준의 인센티브가 제공되었고, 결국에는 예산 낭비, 경제적 손실로 귀결되었고 당시 집권당인 자민당까지도 비판을 받는 단초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잘못 기획된 사업구조와 방만한 비용지출이 사업 자체를 좌초시킨 셈이 되었다.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자원개발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변수는 여러가지가 있으며 이런 변수들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변수들의 변화에 따른 대비가 항상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추정 매장량과 생산비에 대한 상시 평가와 이에 상응하는 최적화된 탐사와 생산계획을 수립-보완-수정을 반복하며 이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사례와 해외전문기관과의 밀접한 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전략적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이 사업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은 상시로 변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추가 탐사, 투자유치, 기자재발주를 포함한 여러가지 결정과 리스크 관련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이 경우 선택지를 미리 넓혀 놓고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간단한 이야기지만, 기자재 발주가 예상되면 사전에 기자재 생산 업체의 장단점과 비용을 파악한 후 우선협상자 리스트(Short-list)를 만들어 대비해야 하며, 탐사 시추 및 생산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사전에 강구하여야 한다.

 

 

통상 심해 유전의 생산비는 자본비용과 운영비용을 합쳐 유종에 따른 약간의 편차는 있으나 대략 배럴당 35불에서 100불 사이로 상당히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의 기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향후 생산비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한 기술개발과 비용절감 수단의 개발도 탐사와 병행하여 고민 해야할 부분이다. 많은 쉐일 오일과 가스 프로젝트에서 기술개발과 비용절감노력으로 초기 생산비가 배럴당 $80~$90 수준에서 최근에는 $25~$60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이러한 사례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과학과 기술수준에서 자원개발의 성패를 미리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수세기의 인류역사는 표면적으로는,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프로젝트들이 미래지향적 결단과 창의적 노력 및 때로는 예상치 못한 해결책의 발견으로 성공에 이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지난 160여년의 석유개발 역사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하늘을 나는 대왕고래 꿈의 여정을 시작할 시점이다. 지금의 기회는 미래에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태그

동해석유가스전|대왕고래|근원암|저류암|덮개암|석유개발|업스트림|가스전|울산앞바다|일본|유전|에너지자원|동해앞바다|석유|천연가스

뉴스레터 구독 신청

뉴스레터 구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