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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2기와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대응
  • 작성일2024/11/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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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2기와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대응

 

 

 

 

        신상윤 교수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업계는 다시금 격랑에 휘말리게 되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지지자로서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왔던 그가, 최근 미국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3대 요직 모두에 친 화석연료주의자를 임명하여 정책적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간 친환경 기조를 표방하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대내외 에너지 정책은, 트럼프 2기가 되면 화석연료로의 회귀라는 목표를 향해 재편될 것이 확실해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의 지난 대통령 임기 첫 행정명령이 파리 협약의 탈퇴였다는 것을 상기하면, 당선 후 재탈퇴도 시간문제라고 예상된다.

 

 2024년 7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에너지 자립을 넘어서서 전 세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강조하는 것은 공급이다. 자국 내에 충분한 석유가스를 공급하여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석유가스 수출을 더욱 확대시킬 것을 공언한다. 이미 석유와 가스 모두에서 세계 최고 생산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더 많은 시추를 통해 더 많이 생산하여 더 많이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조한다. 관련 노력에 대하여 의미없는 속임(meaningless Green New scam ideas)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그에 대한 재정 지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향후 화석 연료 업계가 큰 호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석유가스의 업스트림 부문은 트럼프 2기 내내 지속적인 탄력을 받을 것이다. 미국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에너지회의를 신설한 뒤, 의장을 맡는 내무부 장관과 기존 주무 부처인 에너지부와 환경보호청의 수장에,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고 화석연료 확대를 주창해온 인물들을 기용하면서, 탐사와 시추 및 개발에 있어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상황도 업스트림 기업들에게 호의적이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는 갑작스러운 에너지전환에 따른 에너지안보 공백에 대하여 우려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언한 것처럼 전쟁이 근 시일 내로 종료된다 할지라도, 에너지 안보와 석유가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당분간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의 파리 협정 탈퇴가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전기차로의 전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고려할 경우, 공급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들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운스트림 부문 역시 트럼프 당선을 반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제 마진인데, 탐사와 시추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증가하여 유가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고, 급격한 에너지전환에 제동이 걸리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글로벌 공급용량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가 여전히 제약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트럼프 집권과 정책 실행은 다운스트림 기업들에게도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정책 수립과 실행을 고려하면서, 급격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채택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우선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전 세계가 공표하고 주창하고 있으나, 석유가스 수요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는 전망에 기반한다. 에너지 전망에 있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두 기관 역시, 차이는 다소 있지만 각국의 현 정책이 지속될 경우 석유가스가 2050년에도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에너지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석유가스 기업들은 조금 더 보수적인 접근을 해왔고, 유럽의 석유가스 기업들은 조금 더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해왔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와 석유가스의 역할이 재정립되면서 그러한 움직임에 모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초대형 인수합병을 통하여 경쟁적으로 규모를 확장하면서 탄소중립이라는 위협에 대응하고 있고, 기존에 수립하고 공표했던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대 전략을 축소 및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을 전반적으로 반기고 있으나, 글로벌 석유가스기업들의 대응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점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추가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본업인 석유가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물론 업계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행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시장이기에 트럼프의 정책 효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탐사와 시추에 대한 규제가 해제되어 개발과 생산이 확대되면서 유가가 낮게 유지될 경우 석유가스 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전기차와 친환경에너지 도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전 세계적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트럼프 2기의 정책들은, 결국 석유가스 수요를 견고하게 지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석유가스 업계 전반에 상당히 기여할 것은 자명하다.

 

 국내 석유기업들은 탄소 중립 대응에 적극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 등 법령과 규제에 대한 대응 측면도 있으나, 신사업기회 창출의 측면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재조정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 확대, 수소 분야 진출, 친환경 및 저탄소 사업을 위한 인프라 활용 등이 해당되며, 현 주력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향후 미래 성장 동력 사업으로 간주되는 수소, 모빌리티 서비스, 이차전지 등으로 다각화하면서 탄소중립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2기가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국내 기업들에게 즉각적인 성과 창출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핵심 사업의 가치와 전망에 대하여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을 참고하면서, 핵심 사업의 개선 및 경쟁력 제고에 어떻게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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