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모빌리티 탄소중립의 물리적 도전과 석유 산업의 미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은 시대적 화두이다. 대부분의 주요국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앞다투어 하였다. 과연 인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이들의 동참을 통하여 물리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을까?
최근에 매우 재미있는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Mckinsey Global Institutes는 “그 어려운 일: 에너지 전환의 물리적 현실성을 탐색하기(The Hard Stuff: Navigating physical realities of energy transition)”라는 제목으로 에너지 전환이 물리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진행하고 있는지를 매우 꼼꼼하게 분야별로 정리를 해서 발표하였다. 25가지 물리적 도전적 과제를 선정하였는데 전력 분야에 있어서는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시스템과 수요의 유연성 및 타 발전원과의 관계 등이 가장 물리적 해결하기 어려운 도전으로 적시하였다. 또한 산업 분야는 대부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분야로써 특히 고열을 사용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암모니아 생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3단계로 어렵다고 나타내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는 5가지를 선정하였는데 배터리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의 경제성과 배터리 전기차의 운전 거리 향상을 그나마 쉬운 1단계 물리적 과제로 보았고, 전기차의 충전 문제를 2단계 물리적 도전으로 그리고 전기 트럭의 이동 물류량 향상과 항공과 해운 운송의 연료 문제를 물리적으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3단계의 난이도로 평가하였다. 모빌리티 분야의 탄소중립 달성은 위에서 지적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탄소중립을 이야기할 때 가장 보편적인 해결책은 화석연료를 청정 전기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점은 청정한 전기 생산이 충분할 것이냐와 전기에너지로 화석연료가 갖고 있는 강력한 에너지 밀도와 효율을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과학적인 질문이다.
석유라는 자원이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압도적으로 35%를 차지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도 액체이기 때문이다.
상온에서 액체 형태로 보관이 가능하여 비축이 가능하고 어떠한 용기에 담아도 되고 어떠한 교통수단을 통해서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액체이기 때문에 상온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이동 비용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을 전기에너지로 그것도 청정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그 효율을 뒤집어서 물류 이동 비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연료가 등장해야만 탄소중립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배터리 전기자동차들의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인프라가 대폭 확충되면서 경제성을 달성하는 전기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보조금을 지급해서 보급을 확산하고 있고, 여전히 장거리 운송과 물류 적재량 증가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LFP 배터리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단거리 이동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효율은 낮으나 가격이 싸기 때문에 시장이 변모하고 있으나 결국은 전기가 청정하게 생산되느냐의 문제는 끝까지 해결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앞에서 말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의 청정도는 비교해 보면 EU에 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중국은 2배, 인도는 3배를 배출하는 실정이다. EU 전력믹스로는 전기자동차가 20,000-40,000km만 운행해도 내연기관차를 따라잡을 수 있지만 중국이나 인도는 그 나라 전기 생산시 배출량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전기자동차가 250,000km 이상을 운행해야만 그만큼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과연 어떠한 전기자동차가 경제적으로 이 정도 운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전력부문이 청정화가 선행되고 충전 인프라 확충되어야만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앞에서 말한 대로 석유라는 자원은 가장 이동성이 좋다. 그에 반해 전기에너지는 유일한 방법이 송전망 건설뿐이다. 히말라야를 넘고, 태평양을 해저로 가로지르는 송전망을 건설할 때만이 에너지가 전 세계를 이동하고 물류 비용을 낮출 수 있으나 이런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전기차의 한계는 이동거리와 더불어 송전망의 물리적 건설이 어느 정도 가능하냐에 달려있다. 배터리 자동차의 이동거리 증가와 송전망 설치가 서로 동시에 일어나야만 물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서는 잘 설명하고 있다.
단거리 육상 이동은 그래도 전기차로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가장 물리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분야는 어떠한 연료로 무거운 동체인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 것이냐이다.
해상 운송의 영역도 문제이고 장거리 트럭 운송도 문제이지만 물리적 난이도로 해결이 가장 불가능한 영역은 결국 항공 운송의 탄소중립은 과연 가능하겠냐는 점이다. 현재 항공기 운행으로만 글로벌 배출량의 5% 정도를 내뿜고 있고 현재 1% 정도의 항공연료만이 저탄소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거운 동체를 하늘에 띄워야 하는 일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작은 양으로도 그만큼 출력을 낼 수 있고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석유 부산물인 항공유를 사용하여 여객기와 화물기를 띄우고 있는데, 이는 결국 모두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탄소를 떼어내고 이러한 밀도 높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인류가 고안한 방법은 지속가능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을 만들어서 연료로 태우는 것이다. 대단한 뭐가 있는게 아니라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팜유, 폐식용유 등을 사용하다가 이게 식량문제를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제는 미세조류 등을 짜서 연료를 만들어야 할 실정이다. 과연 아주 저렴하게 석유에서 생산되는 항공유를 대신할 만큼 경제성과 양에 도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다른 방식은 이미 배출된 CO2와 H2를 합성하고 다시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로 CO2를 포집하여 재사용함으로써 순배출을 일으키지 않는 e-fuel 등을 만들어서 항공기와 해운 운송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이 방법도 결국 CO2와 H2를 합성하는 비용이 저렴해야만 가능하다. 탄소중립을 해야 하니까 기술개발을 하지만 이러한 정도의 연료의 양과 효율로는 대형 항공기나 대형 선박을 경제적으로 청정하게 운행할 수 없다. 결국 운송 분야를 완벽하게 순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하지만 궁극적인 탄소중립은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개발로 뭔가를 돌파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겠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저렴한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 장거리 모빌리티 분야에서 완벽한 탄소중립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될지 매우 의문이다.
인류가 물류 이동 비용을 낮추면서 국제 무역이 증가했고 저렴한 물건을 운송하는 것이 가능해져서 전 세계 빈곤층을 가난에서 해방시켰다. 자유무역이 증가되었던 역사적 주요한 원인은 석탄을 통한 증기기관의 등장이 시초였으며, 석유의 등장으로 장거리 대량 운송이 항공과 선박으로 가능해져서 국제 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역할을 하였다.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든 저렴하기만 하면 태평양도 넘고, 히말라야도 넘을 수 있었고, 물류 이송의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에너지 혁명을 통하여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최근 미국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에 올라온 3인(Cosar, Osotimehin, Popov)의 경제학자가 쓴 The Long-run Effects of Transportation Productivity on the US Economy라는 논문에서 1947-2017년 까지의 교통 생산성 증가가 지리적 연결을 용이하게 해서 미국 총 복지의 2.3배만큼 더 효과를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결론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이동이 자유롭고 저렴한 석유가 등장해서 교통의 생산성 증가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물류 이동의 혁명을 가져왔다. 이제는 이러한 석유를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석유보다 경제적 생산성 증가를 달성하지 못하는 연료를 통한 탄소중립은 실패하거나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석유의 역할은 단거리에서는 어느 정도 전기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장거리와 대형 물류 이동에서는 그 경쟁상대를 찾기가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 현실을 얘기할 때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은 중요하나 그 한계도 명확하기 때문에 이제는 물리 법칙상으로 가능한지와 경제성을 따져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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