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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종전을 기다리며
  • 작성일2024/02/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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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종전을 기다리며

 

 

 

 

        박현도 교수         
(서강대학교 유로메나연구소)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전격 침략하면서 시작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00일을 훌쩍 넘었다. 50년 전인 1973년 10월 6일 이집트군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때 상대는 국가의 정규군이었는데, 하마스는 무장조직임에도 20일에 걸쳐 2,800명이 목숨을 잃은 50년 전과 달리 단 하루 만에 1,200명에 달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 정부나 여론은 하마스의 기습에 처절하게 당한 것을 치욕 중의 치욕으로 여기고 압도적 화력으로 보복의 반격을 퍼붓고 있다.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절대적 우세의 무력을 지닌 이스라엘의 승리가 당연하지만, 비정규군인 하마스를 상대로 이겨도 이겼다고 말하기에 찜찜한 구석이 많은 전쟁이다. 우선 철통 안보 신화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경탄을 자아냈던 이스라엘 군대의 위상이 끝모르게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영토 침략을 겪었다. 하마스는 매우 정교한 작전으로 이스라엘 영토로 들어와 가자지구만큼이나 넓은 지역을 장악하였다. 28개 마을을 점령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스라엘 군대가 이리도 허약했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다가왔다.

 

 

 

 

 하마스의 침공을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사태에 비교하였지만, 사실 이스라엘은 9·11 테러를 훨씬 뛰어넘는 폭풍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쟁 이후에는 예전과 달리 이스라엘의 무력을 두려워하는 나라가 없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국가라는 기존 특권적 위상을 쉽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핵무기 없이는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안전한 국가로 존재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이라도 하듯, 전쟁 초기에 극우인 아미하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예루살렘·문화유산 장관과 탈리 고틀립 여당 의원은 가자지구에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하여 전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마스보다 더 강력하고 훨씬 까다로운 적국인 이란을 멀지만 가까운 이웃으로 둔 이스라엘이 장기적으로 안전한 국가로서 존립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달갑지 않은 시험장이 열린 셈이다.

 

 이스라엘이 마주한 현실은 포위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다. 국경 북쪽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북동쪽에는 시리아의 친이란 아사드 정권과 시아파 무장조직, 동쪽에는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 조직, 남쪽에는 예멘의 후티반군(안사룰라)가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함께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형성하며 이란의 엄호 아래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준비 자세를 갖추고 있다. 저항의 축에서 하마스만 순니파이고 나머지는 모두 시아파지만, 이란의 후원 아래 친이란, 반이스라엘, 반미로 뭉쳐 있다. “알라는 가장 위대하시다.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유대인에 저주를, 이슬람에 승리를”이라는 후티반군의 구호는 저항의 축이 무엇을 지향하는 가를 아주 솔직하게 잘 표현한다.

 

 물론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이 후원 조직에 명령을 내리는 나라는 아니다. 저항의 축에 속한 단체는 서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행동을 조율한다.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급변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협의한다. 감정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자제하며 위험한 행동을 회피하는 신중함을 기하면서 다양한 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하지 않고 오랜 기간 대규모 분쟁에 대비해 왔다. 일례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도발하면 레바논을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하자,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현재 저항 세력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모든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맞대응하였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하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할 것이고, 공항이면 공항, 항구면 항구, 대량 살상이면 대량 살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공식을 적용할 것이라는 의지도 표현하였다.

 

 하마스 기습 이래 이란의 외교장관 압돌라히안은 전선이 여럿 열릴 가능성을 경고하였다. 이란은 전쟁에 말려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든 스스로 짜 놓은 계획에 따라 싸우고 싶어 하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엉겁결에 싸움판에 끌려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이란이 그러하다. 더욱이 이란이 보기에 이스라엘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란을 끌어들여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주길 바란다. 2015년 미국과 맺은 핵 협상을 물거품으로 돌린 주역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이란은 사탄으로 여기고 사악한 잔꾀를 부리는 사탄의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자꾸 전선을 확대하여 궁극적으로 미국과 이란의 싸움을 만들어 이란에 결정적 한 방을 때리려고 몸이 단 네타냐후의 계산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이란은 신중한 언행으로 억지력을 발휘하면서 확전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노림수와 달리 이란과 미국 모두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하자 미국은 항공모함을 급파했고, 이란의 여러 유력 정치인은 미국이 참전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막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미국은 헤즈볼라가 본격적으로 참전하면 이란이 미국에 선전포고한 것으로 여기겠다고 경고하였다. 싸우기는 싫으니 서로 자제하라는 경고를 주고받은 것이다.

 

 현재 전황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지만, 사실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을 멈추면 정리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그러한 계획이 없는 것이 문제다. 아덴만에서 홍해로 이르는 길목인 바불만답 해협을 막고 있는 예멘의 후티반군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인도적 구호 물품을 막지 말 것과 공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다국적 군대를 결성하여 후티반군을 막자는 미국의 제안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친미 아랍국가는 거절하였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풀릴 문제를 미국이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하면서 말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집단학살죄로 긴급 제소하자 국제사법재판소는 1월 26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일 중 적어도 일부는 집단학살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가자지구에서 피해를 억제하라”고 임시 조치 명령을 내렸다. 구속력은 없지만 그나마 이스라엘에 싫은 소리를 하는 세계 여론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 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in the Near East)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정보를 거짓 정보를 주었다고 공격하면서, UNRWA 직원 12명이 하마스 침공에 연루되었다고 폭로하면서 반격하였다. 그 결과 13,000명에 이르는 UNRWA 직원의 0.0923%에 불과한 12명을 문제 삼아 기금 지원 중단을 선언한 나라는 미국을 포함하여 모두 16개국에 이른다(가나다순: 네덜란드, 독일, 미국, 스위스, 스웨덴,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영국, 오스트리아, 유럽연합,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핀란드, 호주).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전체 기부금의 78.34%가 중단되는 셈이다. 팔레스타인에 학교와 병원 등 인도적 시설에 지원금이 21.66%로 줄어들면 난민의 삶이 피폐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쟁 중단 세계 여론을 돈으로 반격하며 전쟁 지속을 소리치는 꼴이다.

 

 

 

 

 현재 미국, 이집트, 카타르 중재로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의 의견을 절충하여 3단계 협상안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1단계는 교전을 중지하고, 하마스가 노인, 여성, 어린이 인질을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식품, 의료품 등 인도적 지원을 허용한다. 2단계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군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 남성 신입 대원을 석방하고, 더 많은 양의 구호품 반입, 연료 및 물 공급 서비스를 허용한다. 3단계는 하마스 수중에 있는 이스라엘 군인 시신과 이스라엘이 수감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를 서로 맞바꾼다. 3단계로 이루어진 협상의 최종 목표는 하마스에 포로로 잡힌 이스라엘 군인과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추가로 맞바꾸어 전쟁을 종식하는 것인데 휴전이냐 종전이냐를 두고 논란이 크다.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의 수는 사망자 28명을 제외하고서도 여전히 130명이다. 인질 모두를 되돌려 받아도 이스라엘은 전쟁의 근본 문제인 하마스를 완전히 소탕하기 전에는 전쟁을 멈출 마음은 없다. 휴전은 가능하나 종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마스는 인질 석방 대가로 이스라엘에 억울하게 잡혀 있는 약 5~6,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휴전이 아니라 ‘완전한 종전’을 요구한다. 완벽한 승전을 외치는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요구사항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할 생각이 없다. 더군다나 극우파 정당은 네타냐후 총리가 조금이라도 하마스에 양보하면 연정을 무너뜨리겠다며 위협한다. 인질을 우선하라는 인질 가족과 일반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연정이 깨질까 노심초사하며 대담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비인도적인 모습을 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생각보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연정이 깨지면,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신임도가 바닥을 치는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를 원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 계속 전쟁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마스 공격이 있기 훨씬 전인 2023년 초에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국가 건설 야망을 부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면 팔레스타인국가 수립을 막을 수 있기에 팔레스타인국가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은 가자지구에 자금이 전달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며 하마스 지원을 주장하였다. 이제 그가 하마스 돈줄을 막고 하마스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더는 제공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가 어정쩡하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휴전이나 종전을 이야기한다. 인도적 지원을 이야기하면서 가자 폭격에는 눈을 감는다. 이스라엘을 설득해 전쟁을 멈추지 못하고, 두 차례에 걸친 유엔의 휴전결의안 표결에서는 압도적 다수국가가 선택한 길을 굳이 모두 외면하였다. 이스라엘 공격으로 현재 가자지구 사망자는 26,000명을 넘었고, 70%는 어린이와 여성이며, 80%의 주민이 난민으로 전락하였고, 건물 70%가 파괴되었다. 더 이상의 비극은 막아야 한다. 미국이 종전의 길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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